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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다노 아큐의 세상 세상이란 무릇 그 어떤 생명도 담는 그릇이다. 그러나 숨을 쉼과 함께 숨을 멎는 것 또한 담고 있나니. 이치로 따져보건대 세상이란 자멸하는 불나방과도 같지 않을는지….   “콜록, 콜록!”   고귀한 사색의 시간을 방정맞은 기침 한 무더기가 훼방하고는 흩어졌다.   “아큐,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그리고 그 소음은 불씨가 되어 코스즈의 걱정에 불을 지폈다. 아아, 코스즈. 상냥한 아이.   “그래도 아큐, 요즘 기침을 자주 하는 것 같아서….”   이 보드라운 살갗처럼 보드라운 심성을 가지고 있는 나의 코스즈. 내가 너에게 걱정을 끼쳐버렸구나. 아아, 내 잘못을 어떻게 용서 빌 수 있을까. 하지만 이를 어쩐다. 세상은 지금 뜨거운 등불로 뛰어들고 있고, 나는 이를 깨..
아마노자쿠 스텝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아침 댓바람부터 요란스런 잡새들과 부산한 도시의 소음이 안식을 폭행한다. 하아…. 또 아침인가…. 짜증 섞인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잔뜩 얼굴을 구기며 질끈 감은 두 눈으로 다시 잠에 빠져드려 했지만 이미 한 번 기상을 한 정신은 성가시도록 각성을 재촉했다. 손을 뻗는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스마트폰을 겨우 쥔다. 오전 10시 32분. “에이 씨. 1교신데 조졌네.”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어버린 상황.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핸드폰을 도로 엎어뒀다.   -   ‘우리 집 모미지 애교’ ‘1000℃로 달군 쇠구슬을 얼음 요정에 데어 보았다.’ ‘나는 모쏠, 마법의 숲 안경남’ ‘프리즘리버 챌린지’ . . .   엄지가 지나는 자리를 흐리멍덩한..
사람은 만 30살이 되면 자아가 옮겨간다 사람은 만 30살이 되면 그 이전부터 지니고 오던 자아와 연결이 끊어지고 인식하지 못한 채 여생을 살아가게 된다.그 모습은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보기에 마치 제 3자가 대신 살아가는 것과도 같게 느껴지고, 또는 자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이 순간의 '나'는 여지껏처럼 '나'를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겠지만 만 30살 이상이 된 '나'였던 존재는 더 이상 '나'가 느끼던 방식대로 인식되지 않는다.그렇다면 그 동안 '나'에게 있었던 '나'라는 정신적인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새로 태어난 생명이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존재로서 새로 살아가게 된다.그리고 그 생명은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새로운 '나'로서 능동적으로 자아를 인식하며 살아가는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의 기억을 하지 못할 ..